13주차. 요리 인문학(기술사로 본 미각의 변천사 세미나)


요리 인문학_기술사로 본 미각의 변천사


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미각의 발달은 인문학적 관점 주로 식재료 발달, 기후와 지형 변화, 그리고 미각적 취향만이 논의 되었다. 인문사회학적 발달이 우리의 음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을 인정하지만 인류의 과학 기술의 발전이 현재 우리가 먹고 향유하는 음식을 발달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식재료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요리하는 주방기기와 주방기구, 또한 요리하는 인간의 노동력이라는 휴먼 하드웨어도 동시에 발달해 왔다. 불의 발견과 농업 혁명 그리고 산업 혁명과 정보혁명의 기술의 4단계 혁명은 지구의 역사에 비해 아주 짧은 시간임에도 불고하고 인간을 발전시켜 지구 생태계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종으로 변화시켰다.

문화(culture)의 어원인 라틴어 'cultra'는 '밭을 경작하다'라는 의미에서 왔듯이, 먹거리는 한 민족의 생존과 그 정체성을 나타낸다. 한 민족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그 민족의 언어, 고유한 음식, 음악과 춤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음식은 항상 사회적 지위의 중요한 지표였다. 브리아 샤바랭의 미식 예찬 중 잠언에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결정된다고 하였듯 음식은 한 개인의 민족적 정체성과 권위, 문화 향유의 특성까지 내재하고 있다. 그는 또한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라고 표현했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로 인간과 동물과 차이를 설명하고, 음식을 향유하는 대상으로서 문화적 범주 안으로 이끌어 들였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물질문화와 비물질 문화인 정신문화를 양분하여 규정짓는다. 물질문화는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구나 기술들 의식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신문화는 정치, 경제, 교육, 학문, 예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사회화와 도시화된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식문화란 물질적인 음식과 음식을 만들고 먹는 규범과 행동양식이 포함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김치'는 물질문화적 요소와 '김장'이라는 공동체적 김치를 만드는 행위는 정신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서 김치가 아닌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우리나라의 김치는 김치를 발명하고 김장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화된 김치를 나누는 공유의 문화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문명을 이끌어 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미각과 과거 선조들의 미각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미각과 현대의 미각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탈북민들이 '남한 음식은 너무 달다'라고 생각하듯,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동시대를 사는 남북의 입맛도 다름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미각적 취향이란 귀족계급부터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김치라는 물질문화를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전통을 계승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새로운 음식문화를 탄생하게 할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김장하는 문화는 희미해져 가도 김치공장은 매일 김장이라는 정신문화를 우리 대신 이어가 콜드체인이라는 기술적 테두리 안에서 맛있는 김치를 우리의 식탁으로 배송될 테니 말이다.


미각적 취향과 관련되어 우리가 알아야 하는 흥미로운 문제들 식습관, 계급 차이, 새로 발견된 식품과 다양한 시대적 사회 배경등의 탐구를 위하여 조금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였고, 기술적인 발전에서 바라본 전문적인 조리기구와 기기들의 언급도 되어있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았던 필자가 처음 음식 인문학을 접할 때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_ 고고학적 지식, 시대적 배경과 함께 발전한 철학과 식문화가 발전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들_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다소 중구난방한 주제들도 언급되지만, 식문화를 이해하고 탐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판단된다.

음식과 요리가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서점가에도 음식 인문학 책이 많아질수록, 실제 우리가 따뜻한 집밥을 먹는 비율은 하락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식구(食口)라는 따뜻한 끼니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사회를 지향하며, 식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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