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이슬람 세계와 향신료의 확산

이슬람 세계와 향신료의 확산 


앗살라무 알라이쿰(아랍어: السلام عليكم)은 아랍어로 뜻은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라는 기본 인사말이다.

이슬람교는 무함마드를 신의 사도로 여기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다. 아브라함 계 종교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근간을 이루며 성서의 구약을 공유한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와 예수 그리스도를 신과 동격으로 여기는 기독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신적 영험함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부여한 것이 이슬람교이다. 이슬람교는 오직 하나님만을 믿는 종교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기독교가 24억 명이고, 이슬람의 18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4인 믿고 있는 대규모 종교이지만 우리는 아직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동굴에서 자다가 날개가 600개 달린 대천사 지브릴(جبريل)이 전해준 계시에 의해 아내와 어린 조카에게 신의 말씀을 전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쿠란은 번역으로 인한 경전의 왜곡과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쿠란의 번역은 금기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쿠란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여 하나님의 예언자로 칭송되지만, 예언자인 예수를 신처럼 숭배하는 왜곡된 현상이 일어난다며 쿠란의 번역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슬람교의 마지막 예언자인 무함마드도 역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쿠란에는 강조된다.

이슬람교는 신을 형상화 할 수 없어 성화나 조각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슬람의 표식‘알라(الله)’를 적은 아랍어나 무함마드의 달, 초승달과 별 정도를 사용한다. 타 종교에 대한 이슬람의 극심한 불관용으로 알라 이외의 신을 모시는 것은 엄금하여 이슬람의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국가에서는 인형(人形)의 반입도 금지된다. 하지만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서 이슬람 문화이지만 많이 개방이 된 터키나 이집트에서는 반입이 가능하다.


Arab Islamic Caliphate Expansion Eras 632-750 Map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5대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슬람의 5대 기둥이라 부른다.

이슬람의 첫 번째 의무로 하나님(알라)이 유일하고 위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샤하다’라는 신앙 고백해야 한다. 둘째로는 하루에 다섯 번(해뜨기 전, 정오, 해 지기 전, 해가 진 후, 자기 전), 몸을 깨끗이 하고 이슬람 성전이나 메카를 향해 ‘살랏’이라는 기도를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라마단을 지켜야 하는데 라마단은 무하마드가 첫 번째 계시를 받은 달로 이를 기리고자 해가 떠 있는 동안 먹고 마시는 것을 비롯해 술, 담배, 성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사움'이라 불린다. 그래서 '라마단'은 '신성한 달'이라는 본래 뜻 말고 금식월이라고 불린다.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은 어린이와 병약자를 제외한 모든 무슬림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다. 네 번째는 종교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자캇’이라 칭한다. '정화(淨化)'를 뜻하는 자캇은 가난한 사람과 공공복지를 위해 금품을 희사함으로써 마음을 씻는 의무다. 보통 라마단이 끝날 때 1년 수입의 2.5퍼센트 정도를 내도록 되어 있다. 자캇은 이슬람 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무두가 공헌하고 나누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지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성지순례인 ‘하즈’가 있는데, 이슬람 성지 메카를 순례하는 일이다. '수고 혹은 노력'을 뜻하는 하즈는 체력과 경제력이 되는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최소한 한 번은 해야 한다. 평화와 평등을 체험하는 하즈는 무슬림에게 가장 큰 영적 경험으로 꼽힌다.          



아랍의 기후와 풍토유목민의 삶


아라비아 반도와 주변지역, 북아프리카에 자리 잡은 아랍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 민족, 문화 등을 칭하는 말을 ‘아랍’이라 부른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들을 사라센(saracen)이라 불렀고, 멸칭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이슬람 종교를 가진 아라비아 지역은 대체로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고 더운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크게 3개의 기후 지대로 나뉜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따뜻한 북아프리카 지역의 지중해성 기후도 존재하고, 건조한 사막 기후대인 아라비안 반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동부 지중해에 면한 고고학에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불리는 레반트 지역(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터키)으로 12월에서 4월까지 풍부한 강우량으로 아랍 최대의 농업지역이다. 레반트 지역은 밀과 콩, 그리고 모든 채소가 생산된다. 레반트는 라틴어로 해가 뜨는 지역, 즉 동쪽의 나라를 뜻한다.

동부 지중해에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불리는 레반트 지역(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터키)으로 12월에서 4월까지 풍부한 강우량으로 아랍 최대의 식량 생산지역이다.

레반트 지역 지중해 연안지역은 농작지대로 빵과 쌀이 주식으로 사용되었다. 아랍의 빵은 고대부터 쌀과 함께 아랍인의 주식으로 유목민의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빵가게에 빵 반죽을 가져다 직경 30cm, 두께 3cm 정도의 캐스라(kesra)라고 불리는 둥근 빵을 구운 뒤 집으로 가져와 먹었다.  아랍인들은 빵을 먹을 때는 절대 칼로 빵을 자르지 않는 관습이 있다. 아랍인이 주식으로 먹는 빵의 종류는 크기와 두께가 다양하나 대체적으로 모양은 둥글고 평평한 형태이다.

이슬람교 출현 이전, 아라비아의 음식은 소박하고 검소했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음식재료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막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조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열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막에서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식사를 한다. 대표적인 식량은 대추야자로 물이 솟아나고 경작이 가능한 토지에는 대추야자를 경작했는데, 조건이 좋은 경우 대추야자 나무 한그루에 100kg 정도 수확을 할 수 있고, 세 그루의 대추야자나무는 한 사람이 1년간 먹을 식량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추야자 열매는 날것으로 먹지 않고 건조해서 먹었는데, 건조되면 표면에 하얀 가루(당분)가 생겨 곶감과 비슷한 형태를 띠는데 맛도 곶감과 비슷하다. 칼로리가 높고 달아서 현대에는 간식으로 사용되지만 고대의 유목민들에게 사막을 횡단할 때는 주식으로 사용되었던 소중한 작물이었다.



새로운 에너지원 바람을 발견하다_ 바람을 이용한 풍차와 몬순풍을 이용한 다우선의 등장


증기 기관과 전기를 도입하기 전에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력원은 바람이었다. 무슬림들은 풍력을 이용한 풍차를 발명하고 몬순풍을 발견하여 범선인 다우선을 만들어 인도양 무역 항로를 개척했다.

풍차는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날개를 통해 바람의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는 구조이다. 최초의 풍차는 수평면에서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방식이었다. 이후에, 수직축의 바람개비 구조로 발전하며 우리가 익히 생각한 구조의 풍차로 발전한다. 풍차는 보통 곡물의 분쇄, 즉 밀의 제분과 배수를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의 풍차는 중동 및 서아시아에서 약 8세기와 9세기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무슬림들이 대중화 한 풍차는 곧 유럽에 도입되어 유럽의 동력원으로 성장한다. 14세기에 이르러 혁신을 거치며 풍차는 유럽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전 유럽에 20만 대의 풍차가 설치되기에 이른다. 산업 혁명 이전까지 풍차는 바람을 이용한 친환경 동력원으로 인류의 식생활에 중요한 밀의 제분과 농업 수로의 배수 역할을 담당했다.

 

이란 북동부에 위치한 나시티판의 8세기 풍차모델, 수평형 바람개비 형태의 수평풍차이다.


로마시대가 소금을 통한 소금길과 기술 발달의 역사였다면 아랍의 번성은 후추와 상업의 발달과 함께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소금과 달리 후추는 인도 남서부의 케랄라 지역에만 생산할 수 있었다. 후추에 대한 언급은 그리스어와 로마 시대에도 나타나며 인도와 서양의 고대 무역을 말해준다. 고대 남부 아라비아의 상인들은 향신료 거래 및 후추 루트를 통제하여 점점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독점 했다.

 8~9세기부터 사탕수수가 인도에서 중세 유럽에 소개되면서 설탕은 가장 중요한 향신료로 부상된다.(중세 유럽의 설탕은 향신료로 포함되었다.) 설탕은 유럽에서는 중요한 향신료에 속해 있었고 샘이 밝은 이슬람 상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무슬림들은 고가의 설탕을 생산할 수 있는 사탕수수 농장을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재배하였다. 무슬림들은 13세기 중반 사탕수수를 으깰 수 있는 수력 물레방아를 개발하면서 설탕은 이전 시대보다 대량 생산되어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아랍상인들은 설탕을 덩어리 형태로 베네치아와 제노바 상인들에게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무역 수익을 올렸다.

후추와 설탕뿐만 아니라 몰약과 유향, 그리고 다른 향신료들도 무역의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몰약과 유향은 고대부터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신체 질환 치료제로도 사용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아라비아는 유향, 몰약, 계수나무 및 계피를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유향이 있는 나무는 작은 크기와 다양한 색의 날개 달린 뱀에 의해 보호된다.’라고 저술했다.

몰약과 유향, 황금은 예수 그리스도를 축복하기 위한 동방박사 세 사람의 선물로도 등장한다. 몰약과 유향은 그 시대의 황금과 같은 가치가 있는 향신료였다.

이후 이슬람교가 아랍에 등장하면서 향신료 무역은 이슬람의 전 세계 확산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중동에서 향신료 상인들은 거래 활동을 찾아 광범위하게 여행했다. 이슬람 사회에서 상인의 역할은 당시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사회에서보다 훨씬 권위가 있었다. 로마시대의 기술이 로마를 강대하게 만든 만큼, 상업의 발달은 아랍과 이슬람교를 강대하게 하고 이슬람 문화를 널리 퍼트리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였다.

이슬람이 등장하기 전에도 아랍인들은 활발한 상인이었는데, 홍해 무역에 대한 그들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었고 로마조차도 향신료의 수입에 관해서는 페르시아의 통제를 받았다.


Traditional Arab Dhow Boat

아라비아인들은 우리가 몬순(Monsoon, 계절풍)이라고 부르는 여름과 겨울의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계절풍을 발견함으로써 다우선(dhow)이라는 선박을 이용하여 항해에 이용했다. 영어 '몬순'은 어원은 아랍어 '모심( موسم)'으로 계절을 의미한다. 풍차의 발명과 함께 몬순기후를 발견한 무슬림들은 바람을 동력원으로 한 다우선을 이용하여 '스파이스 루트'를 개척한다. 여름에는 북동쪽으로 부는 계절풍을 이용하여 인도로 향하고, 겨울에는 다시 남서쪽으로 부는 계절풍을 이용하여 아라비아로 돌아오는 인도양 항로를 개척한다. 이로써 정기적으로 스리랑카에  항해하며 상당한 항해 기술을 축적했다.

독일 탐험가 페르디난트 폰 리치 토펜 (Ferdinand von Richtofen)이 만들어 낸 실크로드 (Silk Road)라는 용어는 지중해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무역로 네트워크를 말한다. 비단, 도자기, 향료, 동물 및 종교까지도 고대부터 수 천년 동안 계속되어 실크로드를 따라 교류되었고 동서양의 아이디어 교차로였다.  

유라시아 서부에서 온 실크로드 상인들은 대부분은 무슬림이었고, 그들은 신용을 기반으로 진귀한 물품과 새로운 문화를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교차하였다. 무슬림들이 다른 무슬림들과의 거래를 선호함에 따라, 실크로드를 따라 광범위한 범위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슬람 과학 및 의료 발전은 실크로드의 거주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불교 상인들은 이슬람 의료 지식을 배웠으며,  우주에 대한 천문학을 포함하여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왔다. 이러한 활동들은 고가의 이익이 발생하는 향신료 루트 무역을 지배하였고, 세계의 부가 이슬람 세계에 부어짐을 뜻했다. 실크로드를 통한 육상 루트로부터 동방에서 들어오는 실크와 도자기, 보석들과 스파이스 루트를 통한 해상으로 들어오는 향신료 무역으로 이슬람은 지중해 최고 강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무역상인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향신료와 요리의 풍부함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이슬람 확산에서 이슬람 상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향신료 무역은 이슬람의 술탄(황제)과 칼리프(사도)들에게 큰 부를 가져왔고, 심지어 아라비안 나이트의 선원 신밧드와 같은 유명한 전설에도 영감을 주었다.    



타진과 피타 브래드 그리고 케밥의 등장


유목생활은 이동 생활에 편리하도록 아주 단순한 조리법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요리는 불에 굽거나 하나의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다 같이 끓이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아랍의 환경은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농작물이 자라기 어려워 재료 자체의 수분을 끌어모아 조리하는 방식이 발달했는데, 그것을 타진 (طاجين, Tajin)이라고 부른다. 쟁반에 고기와 채소, 곡식이나 병아리콩, 향신료를 담은 후 고깔을 덮어 찌는 방식으로 만든다. 고기와 채소 등의 자체의 수분을 이용하는 요리로 센 불로 조리하지 않고 은은하게 찜을 하는 까닭에 조리 시간이 무척 길다.


Akrotiri terracotta firedogs with zoomorphic finials


또한 사막이 많은 아라비아 지역의 조리방식은 땔감 나무와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오븐 방식이 아닌 그리들(griddle, 철판) 방식으로 빵 반죽을 얇게 펴서 팬 위에서 우리나라의 부침개를 만들듯 조리하였다. 이렇게 얇게 구운 빵을 피타 브래드(Pita bread)라고 부른다. 나무가 풍부한 레반트 지역에서는 다양하고 맛있는 빵들도 생산되지만 중동지역 전통적인 빵은 피타브레드 류의 얇게 구운 빵이 주류이다.  

중동지역의 가장 인기 있는 육류 조리방식은 단연 케밥(kebab)이다. 인류가 요리하는 방법을 발견 한 이래로, 육식 준비를 위한 가장 초기의 조리법이 나무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굽기임을 생각하면 이 간단한 방법이 가장 쉽고도 맛있는 조리 방법임을 깨달았다.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과 숟가락도 없는 인류에게  꼬치의 발명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기구를 이용한 식기였다. 꼬치를 사용하는 전통은 많은 나라의 역사에서 기록되어 있다. 구워 먹을 수 있는 모든 것, 즉 고기부터 채소와 과일,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들이 꼬치에 끼워져 숯불 위에서 구워진다. 중동의 케밥부터 러시아의 샤슬릭, 중국의 양꼬치, 우리나라의 산적과 일본의 야키도리까지 숯불 위에서 꼬치를 요리하는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꼬치로 사용하는 재료도 전통적인 나무와 대나무에서부터 금속 및 기타 장식 재료에 이르기까지 무척 이채롭다.     



할랄푸드와  하람푸드_ 허락된 음식과 금지된 음식


이슬람 경정 쿠란에는 알라신이 무슬림들에게 “우리가 너희들에게 내주는 좋은 것을 먹어라”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그리고 썩은 고기, 피, 돼지고기, 불법으로 도살된 동물, 중독성이 있는 음료, 알라가 아닌 다른 신에게 봉헌한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된다. 애초부터 무슬림들에게 식품이란 허용된 식품인 할랄(halal)과 금지식품인 하람(haram) 두 가지 범주로 나눈다. 할랄(Halal)은 '신이 허용하다'라는 의미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사용이 허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뿐 아니라 의약품과 화장품 등 생필품 전반에 모든 것이 해당된다. 하람(haram)은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 알콜성 음료와 취하게 하는 모든 음식, 육식 동물과 맹금류, 그리고 앞에서 언급된 품목이 함유된 모든 가공 식품이 금지된다. 또한 자비하(ذَبِيْحَة)라는 이슬람 도축 방식에 의해 도축한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뜻이고, 이 방식으로 도축되어야만 할랄로 인정된다.

하람에 속하는 육류는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네발짐승’과 ‘송곳니가 날카로운 육식동물’로 대부분의 포유류 중 먹을 수 있는 동물은 양과 소, 낙타 정도이다. 때려잡거나 목을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인 짐승의 고기, 다른 야생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도 하람에 포함된다.

하지만 곡물, 우유, 꿀, 채소, 과일, 생선과 가금류는 모두 무슬림 식탁에 오를 수 있는 할랄로서, 무슬림 요리사들은 이 모든 재료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할랄푸드 인증 마크

엄격히 할랄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돼지고기 식용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고기가 닿은 식기류와 돼지에서 추출된 모든 것이 금지된다. 특히 현대의 젤라틴 음식들은 돼지 껍질로부터 성분을 추출하므로 젤라틴이 들어간 음식들은 하람에 속한다. 그래서 이슬람용 젤라틴 식품들은 소가죽에서 추출한 것으로 할랄 인증을 받는다. 물론 우리나라 초코파이도 소가죽 추출 젤라틴을 사용하여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이유에 대한 종교적인 설명은 ‘돼지는 더러운 생물’이기 때문이다. 돼지는 본능적으로 아무것이나 먹고 더러운 곳에서 지저분하게 사는 동물이므로 먹어서는 아니 되며, 설령 깨끗하게 사육된 돼지라 하더라도 그 본성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역시 금지된다는 것이 이슬람의 율법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들은 사막과 산지가 많고 건조 기후이다.  돼지는 건조와 햇볕에 약하고, 잡식성이라 풀만 먹어도 되는 초식동물인 낙타나 소, 염소, 양과 달리 먹이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유목생활에 부적합한 가축이었다. 그리고, 사막 지역의 돼지 사육의 가장 큰 단점은 귀한 물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금지되지 않을 경우, 귀족들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이 더 소비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백성들이 굶게 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라마단(Ramadan)_ 금식과 축제의 밤    


이슬람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달인 라마단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은 시기를 기념하는 이슬람의 자아성찰의 기간이다. 라마단은 앞서 이야기한 이슬람 5대 규율 중 하나로 이 기간 동안 이슬람교도는 기도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슬람 태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은 매년 다르다. 보통 5월에서 6월 사이에 치러지고, 대략 30일 정도 지속된다. 그 후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를 열며 금식을 마무리한다.

라마단은 1달 동안의 단식으로,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만의 단식을 행한다. 동이 트면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흡연하지도 못하고 해가 지면 식사를 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즐거운 식사와 사교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데 이프타르(iftar)라 부른다. 일출 전 식사는 수후르(Suhoor)로 불리며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라마단 기간동안 다양한 음식들이 이프타르로 등장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슬람교도가 아니라면 금식할 필요는 없다. 무슬림들도 병자나 임산부, 장거리 여행 중인 사람들 같이 영양보충이 필요한 이들은 식사를 해도 된다. 하지만, 금식에 동참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받는 일이라,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지 않으며 흡연을 삼가는 것이 예의이다. 평상시처럼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이 경우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 밖에서 먹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고행이 아니라 축제의 시기로 여긴다. 라마단 기간 동안은 대부분의 거리와 쇼핑몰은 영업시간을 늘려 라마단의 밤을 더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라마단 야시장(The Ramadan Night Market)은 기념품과 예술품, 지역 특색이 느껴지는 다양한 제품들로 유명하다. 이드 알 피트르(아랍어: عيد الفطر)는 라마단(아랍어: رمضان)이 종료됨을 의미하는 무슬림의 휴일이다. 이날 무슬림들은 각 지역에 특별히 마련된 넓은 예배 장소나 또는 큰 사원에 모여서 예배를 올린다. 무슬림들은 우리네 명절의 설빔과 같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예배를 올린 다음 서로 인사를 나누며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고 선물을 교환한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의 첫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원에 종교적 납부금을 바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슬람 국가들의 거리에는 골목마다 색깔 종이나 깃발 혹은 사원 모양의 조형을 내건다. 무슬림들은 저녁시간이 되면 밤마다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고 음식을 나누며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 기간은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처럼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을 형성하게 되고 ‘라마단 특수’ 현상이 나타난다.

아랍의 친한 친구나 비즈니스 관계로 라마단 기간에 집에 초대했을 경우는 이프타르는 보통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되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좋다.   



아랍의 식사 매너와 접대문화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_ 이슬람 속담    

 

무함마드는 식사할 때는 적절한 에티켓을 지키고, 대접할 만한 음식이 별로 없을지라도 손님 환대는 많이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막이라는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민족들이 많아서 인지 자신들도 누군가의 손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에도 아랍인들의 집이나 가게 앞에는 물이 가득 든 항아리와 컵을 놓아두어 목마른 자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하는데, 이는 손님 접대문화와 관련이 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이런 환대와 접대는 동맹과 신뢰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슬람 문화에서는 환대문화 즉 손님이 방문했을 때 정성을 다하여 극진히 대접하는 것을 무슬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현실에서 접대의 의무를 잘하게 되면 천국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쿠란과 하디스에는 천국의 음식에 관한 묘사가 가득하다. ‘천국에는 여러 강이 있는데 절대로 취하지 않는 술이 흐르는 강과 절대로 상하지 않는 우유가 흐르는 강, 진짜 꿀이 흐르는 강이 온갖 종류의 과일나무로 가득한 정원으로 흘러든다. 그곳의 황금 옥좌에 앉으면 천국의 미녀들이 가금류의 살을 떼어 입에 넣어주고  청춘남녀들은 황금과 크리스털 술잔에 영원히 마르지 않는 술을 채운다 ‘ 이런 내용들은 현실에서 부족한 식사를 할지라도 접대의 문화를 충실히 하면 내세에 천국에 든다는 이슬람 문화의 보상심리를 보여준다.     

초기 무슬림들은 타리드와 같은 소박한 음식을 좋아했다.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는 타리드라고 불리는 소박한 고기 스튜를 좋아했다. 그가 소박한 타리드에 대해서 다른 어떤 음식과 비교할 수 없듯, 무함마드가 총애하는 젊은 부인 아이샤(Aisha)도 검소하고 현명하여 모든 여자들 중  최고라 말했다.

무함마드는 사용이 까다로운 나이프로 음식을 먹는 것은 외국의 허세라고 생각하여 구운 고기를 직접 들고 이로 물어뜯어 뼈에서 발라먹기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무함마드의 이런 소박함이 이슬람이 제국화 되자 제국 전역의 여러 문화와 새로운 식품의 유입, 새로운 조리기술의 발달, 향신료가 들어오면서 독특한 무슬림 상류계층의 식사 스타일로 탄생하였다.

이슬람의 상류층은 다양한 음식에 사로 잡혔다. 요리는 단지 비싼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닌, 요리를 하는 기술과 요리 기술에 관한 책을 읽고 쓰는 일등 요리 자체에 매료되었다. 요리는 하인의 노동이 아닌 고급스러운 활동으로 여겨졌다. 재상의 딸인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도 왕이 요리사로 변장하여 손수 잡은 생선으로 식사를 만들어 주는 장면도 묘사된다.

손으로 식사하는 무슬림들이 좋아하는 요리 형태는 핑거푸드였다. 물론 귀족들은 금과 은으로 된 스푼을 사용하기도 했다. 생선에는 신맛의 채소로 조리한 딥핑 소스들이 함께 나왔는데 이를 살스(Sals)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에는 살사(salsa)로 불린다.

중세 무슬림들은 요리법과 식사 에티켓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했다. 바그다드 내의 좋은 가문에서 자란 신사라면 식사에 관한 원칙들을 알고 있어야 했다. 음식의 궁합, 디저트를 담는 방법, 최근 향신료 분야의 새로운 뉴스 등 주제도 많았다. 또한, 디너파티에서 읊을 수 있는 음식과 식사에 관한 시를 준비해야 했는데 이는 아랍 문학의 한 장르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이 이슬람의 식문화는 동양의 향신료와 서양의 빵과 올리브 오일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식탁을 선보였다. 이슬람 음식문화는 동서양 음식의 공존을 보여주며 현대에도 가장 맛있는 식탁의 하나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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